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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Indie pop

일렉트릭 오르간이 달리는 사운드, Inspiral Carpets.

by Celluloide_Korea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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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오르간은 락에 있어서 꽤 오랜 세월동안 리드악기로서 또한 악기들 사이의 빈 공간을 윤택하게 매꿔주기도 하고, 각진 사운드를 보다 매끄럽게 다듬어주는 역할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락음악에서 일렉트릭 오르간이 사용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표적인 많은 예들이 떠오를 것이다. The Animals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의 중간부분의 오르간 솔로부터, The Zombies의 Time of the season, 그리고 오르간 소리가 아이콘격인 명곡 96 tears의 ? & the mysterians 등 70년대의 하드록에 있어서도 Deep Purple, Uriah Heep, Procol Harum, The Doors 그리고 뉴웨이브의 붐을 타고, 이어진 Neo Mods씬에서도 The Prisoners가, 인디팝씬에서도 다시 과거의 일렉트릭 오르간을 꺼내와 그 특유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60's revival 이나 Psychedelic revival 씬, 매드체스터 씬 등등  끊임 없이 자리매김을 해오고 있다.  

신디사이저 관련 서적에도 일렉트릭 오르간 부분에서는 항상 '맨체스터의 '오르간이 달리는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언급되곤 한다. 그리고 내게도 일렉트릭 오르간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밴드가 Inspiral Carpets이다. 그들과 함께 특유의 인트로로 인해 기억에 새겨지는 멋진 넘버, The Only one I know의 The Carlatans도 있고. Deep Purple의 넘버를 리바이벌한 Kula Shaker의 Hush도 있다. 

 

이처럼 Rock/Pop에서 자리매김을 한 일렉트릭 오르간에는 대표적인 몇 가지가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이 알려졌을 (딥 퍼플이나 유라이아 힙때문에..) Hammond B3, The Doors의 Ray Manzarek가 널리 알린 콤보 오르간인 Vox continental, 그리고 Farfisa 콤보 오르간. 이외에도 여러 메이커의 개성적인 오르간이 좀 더 있지만 여러 곡들에서 그 사운드를 많이 들려준 일렉트릭 오르간은 이 3종류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The Doors의 Ray Manzarek과 Vox Continental  일렉트릭 오르간

내가 락에서, 특히 인디팝에서 일렉트릭 오르간에 빠지게 된 계기는 Strange fruit 레이블의 한 인디-팝 컴필레이션 LP에 실린 Rolling Stones의 Gimme Shelter를  Inspiral Carpets가 그들만의 색채로 다시 멋지게 만들어낸 버전을 듣게 된 것이 그 계기였다. Inspiral Carpets가 완벽하게 재해석해낸 곡 'Gimme Shelter'는 원곡인 롤링스톤즈의 곡을 먼저 들어보지 못했다면, 인스파이럴 카펫츠의 해석은 거의 새로운 곡일 만큼 인상적일 것이다. 원래 인스파리얼 카펫츠의 스타일이 그렇기도 하지만, 이 곡 Gimme shelter에서 기타는 그저 리듬기타일 뿐이며 곡의 전반, 그리고 곡의 고저를 담당하는 것은 클린트 분의 멋진 Farfisa 오르간 연주이다. 듣는 이의 감정을 곡의 끝까지 같이 달리며 쭈욱 끌어올렸다가 툭 놓아버리는 듯한 엔딩은 정말 멋지다.  

 Inspiral Carpets의 키보드주자인 Clint Boon의 걸출한 오르간 연주는 90년대 초반 당시 나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으며 일렉트릭 오르간을 배우고자 서울 시내 곳곳을 헤매게 만든 동기이기도 했다.   Clint Boon도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60년대의 Garage punk 밴드인 ? & the mysterians를 위시해 오르간을 전면에 내세운 라인-업은 60년대 그 당시에도, 그리고 후의 80년대의 영국에서도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Organ-driven guitar pop'을 거론하자면 두 말할 필요없이  Carpets에 이어 나오는 것이 The Charlatans이며 이외에도 꽤 많다. 이 면이 모자랄 정도로.

Clint Boon

영국에서는 80년대 후반 당시 60's revival 붐과 함께 다시 오르간이 대두되었으며 Neo Mods에서도 다시 일렉트릭 오르간이 제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펑크밴드인 The Stranglers도 The Zombies가 애용했던 Hammond L100 일렉트릭 오르간을 애용했기도 하다.  한편 미국에서도 60's revial 붐은 예외가 아니었으며, 게다가 유행과는 상관없이 꾸준히 60's garage pop에 몰두해 온 밴드들 덕분에 일렉트릭 오르간은 미국에서도 꽤 무게감있는 연주악기로서 역시 탄탄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The Fleshtones나 The Fuzztones를 위시해 수 많은 개러지 팝 밴드들이 일렉트릭 오르간을 대거 활용한 사운드를 내세우고 있다. 

Clint Boon과 Carpets의 멋진 오르간 사운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격이기도 한 Farfisa Compact 시리즈인데 Vox 컨티넨탈 오르간과는 음색면에서 또 다른 사운드의 특색이 있다. 아래 사진은 클린트 분이 애용했던 Farfisa Compact Duo인데 다소 굴곡이 부드러운 Vox 컨티넨탈 오르간에 비해 더 선명하고 날이 선 사운드를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Farfisa Compact Duo

Clint Boon의 유려한 오르간 연주가 대단히 멋지게 펼쳐지는 곡들은 초기 Inspiral Carpets의 앨범들에서 들어볼 수 있고, Inspiral Carpets의 초기곡중 영국 각 팝챠트에서 1위, 상위에 올라갔던 Joe도 있지만 내가 최고로 꼽는 곡은 Keep the circle around라는 곡인데 이들의 곡중 정말 초기곡이다.  1988년도에 발매된 Plain crash EP에 수록된 이 곡은 초대보컬인  Stephen Holt가 보컬을 맡은 버전이며 그 후 톰 힝글리가 보컬로 교체된 이래로 새로 녹음되어 여러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렸다. 

클린트 분(왼쪽),  스테픈 홀트(왼쪽에서 2번째)

필자는 여러 버전의 Keep the circle around 중 단연 1989년 3월 26일 레코딩된 Peel Sessions EP에 수록된 버전을 추천하며 이 버전은 보컬이 데뷔당시의 보컬였던 Stephen Holt에서 Tom Hingley로 교체된 다음의 것이어서 Tom의 보컬이 들어간 버전이 Plain crash EP에 수록된 버전보다 보컬, 연주 모두 훨씬 더 낫다. 게다가 이 Peel sessions 버전이 멋진 이유는 여러 컴필레이션에 실린 버전들은 기타가 주 라인을 잡아가는 데 비해 말 그대로 오르간이 질주하는 편곡이며 연주가 매우 생동감있고 유려하게 녹음되어 믹싱 자체가 전반적으로 탄력있게 되어 오리지널 버전에 비해 더 경쾌한 느낌을 준다. 오리지널 버전이 경쾌한 흐름감이 별로 없고 연주들이 따로 노는 듯하다면 Peel sessions 버전은 연주가 한데 잘 어우러져 같이 달려가는 느낌. Plain crash EP에 수록된  Keep the circle around는 인트로에서는 기타가 리드하며 Farfisa 연주가 Peel sessions 버전에 비해 덜 두드러진다.


참고로 여기서 언급한 필세션즈 EP는 1989 - Peel Sessions (26-03-89) EP이며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Rolling Stones의 Gimme Shelter 커버버전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물론 모두 필세션즈의 스튜디오 라이브 연주버전.

Clint Boon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격인 Farfisa compact duo와 함께 Ensoniq사의 신디사이저/샘플러인 VFX SD2도 함께 사용하고 있어, 곡중에 들어가는 일렉트릭 오르간 이외의 키보드사운드나 효과음(새벽에 개짖는 소리..^^) 등은 이 Ensoniq VFX SD2를 사용해 연주한다.

Ensoniq VFX SD2

개인적으로 Inspiral Carpets의 앨범 가운데 개인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사운드라서 데뷔앨범인 Life를 가장 좋아하고,  Life 앨범 이후부터는 나름 좀 더 새로운 시도를 많이하느라 음악 스타일이 약간씩 변해간다. 물론 중간에 Uniform 같은 멋진 곡도 발표하긴 했지만..

그러다가 1995년에 해체했다가 2011년 재결성해서 2014년에 셀프타이틀로 발표한 근작(이후는  새 앨범이 안나오고 있으므로)은 다시 초기의 느낌이 물씬나는 곡과 연주스타일로 돌아와 대단히 기뻤으며 여기 수록된 Spitfire는 그들 초기의 느낌이 생생히 나는 사운드이다. 


현재 Inspiral Carpets에는 재미있게도 Tom Hingley가 대체했던 오리지널 보컬인 Stephen Holt가 다시 들어와 현재 리드보컬을 맡고 있으며, 2014년도의 근작 앨범에도 Holt가 보컬을 맡았다. Tom Hingley는 1995년 Inspiral Carpets가 해산된 후로 솔로 활동 및 밴드를 결성해 활동을 이어나가긴 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고 Inspiral Carpets가 재결성한 시점에서 완전히 Inspiral Carpets와 결별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 소식에는 맨체스터에서 인스파이럴 카펫츠의 트리뷰트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한다고 하는 좀 뻘쭘한 위치에 있다. 밴드가 멀쩡히 잘 활동하고 있는데 재결성 당시 초대되지 못한 그 밴드출신 멤버가 트리뷰트 밴드라니? ... 잘 모르지만 뭔가 내막이 있는 것 같고, 항상 그렇듯 기존 멤버들과 인간적으로 좀 금이 가서 거리가 멀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다면 재결성해 공연을 다시 시작하며 앨범작업 할 때도 응당 톰 힝글리를 먼저 불렀을 텐데 스테픈 홀트를 불러서 활동을 한 것 보면 말이다.

Inspiral Carpets에 흥미가 있다면 주저없이 아래의 곡들을 들어보길 권한다. 
Move, Sleep well tonight, Gimme Shelter.  그리고 Boon을 일컫을 때 빼놓을 수 없는 This is how it feels (여러 버전이 있지만 오리지널 버전이 제일 좋다).  Clint Boon의 오르간 사운드를 좋아한다면  카펫츠 이후에 클린트 분이 결성해 이끄는 밴드인 The Clint Boon Experience도 추천하고 싶다. 이 밴드에 관해서는 추후  다시 소개할 예정이다.

참고로, 뭔가 60's 스럽기도 하고 싸이키델릭한 느낌이드는 Inspiral Carpets라는 밴드명은 Shaw에 있는 카페트 가게에서 따왔다고 한다.  

 

Inspiral Carpets - Gimme Shelter (Peel Session)

https://www.youtube.com/watch?v=8sngSHLSLuU 

 

Inspiral Carpets - Keep The Circle Around (Peel Session. 1989)

https://www.youtube.com/watch?v=JLnDe-KQSzo 

 

Inspiral Carpets - Keep The Circle Around (Plane crash EP 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T25pMRv5t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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