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본 EP의 재킷)
80/90년대의 그루브가 수 십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신선한 상태 그대로 전해진다. 마치 무슨 자연과일음료 광고 같은 문구로 시작을 해보는데, 실제로 그렇다. 수 십 년 전의 것이 내게 전해졌는데, 마치 갓 만들어진 듯 새로운 느낌이 난다면? 여기 소개하는 AudioSex의 'We Today EP'가 그러하다. Miami Funk나 조지 클린턴, Deee-Lite, 부치 콜린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본 EP에는 Roland JX-8P나 MC-202, Juno-106 등의 일렉트로닉한 빈티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여러 인스트루먼츠로 만들어진, 그렇지만 가공된 소리의 느낌이 아닌 원초적이고 보다 역동적인 사운드가 담겨 있으며 이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몸을 들썩이게 하는 Funky한 그루브에 실려 전해진다. 80년대 영국의 A Certain Ratio가 좀 더 Funky한 쪽으로 갔다면 AudioSex의 음악과 상당히 유사해졌을 것이다.^^
첫 번째 트랙인 Fogbound는 곡의 제목과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곡으로서 필자가 본 EP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기대 속의 베를린 이미지와 실제 베를린 밤거리의 기억을 소재로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하는데 어둡지만, 정적이 아닌 꽤 동적인 느낌의 밤거리, 불빛이 스쳐 지나가는 그런 밤거리가 연상되는 느낌의 곡이다.
간결한 베이스라인과 드럼의 리듬 위에 아련하게 스러지듯 이어지는 리드의 멜로디가 감칠맛이 나는 곡이다. 필자는 리드의 멜로디와 연주에서 그대로 옆을 스쳐지나, 멀어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느꼈다.
2번 트랙 Sheman은 다소 변조가 들어간 리드가 듣는 이의 감정을 끌고 다니듯이 곡의 흐름을 잡아나가는 곡인데, 그 유명한 Tx81z의 lately bass의 탄력 있는 베이스라인이 귀에 쏙 들어오는 곡. Fogbound와 실질적으로 관계없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나 흐름이 꽤 잘 이어지며 이러한 느낌은 친구이자 음악 동료인 Mindless Mind와 공동으로 작업한 3번 트랙 We today에 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마치 한 곡의 Part1, Part2처럼 일련의 곡들을 듣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반복적인 사이렌 소리와 슬로우한 Acid 패턴의 차용이 인상적인 4번 트랙 Acid Penguin에서 반전을 하듯 바뀌며 5번 트랙인 Last Summer에 이르러서는 움직임을 멈추고 잠시 서서 주위를 바라보는 그런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이 EP에서 가장 Funk의 색채가 옅은 곡인 Last Summer는 잔잔한 8비트(beat) 패턴의 pop 스타일로 Fogbound에서부터 이어져오는 그루브에서 분위기가 전환되는 곡이다. JX-8P 특유의 유려한 패드와 작게 빛나는 장식들을 보는 듯한 연주들이 편안하고 듣기 좋다.
6번째 트랙, 90's Porn은 다시 관능적인 Bass소리와 시원스런 비트가 전면에 나서는 곡으로서 앞의 곡들에 비해 점차 점성이 높아가는 분위기의 연주와 그루브가 인상적인 곡이다. 그리고 첫 번째 트랙이 베를린 밤거리를 그린 곡이라면, 마지막 곡 Back to the green에서는 마치 밝아오는 여명의 경계를 연상시키는 대조적이면서 상쾌한 느낌으로 본 EP를 통한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최근 국내에도 일렉트로닉한 연주곡들의 자리매김이 점차 뚜렸해지는 추세인데 그러한 추세와 연관을 짓지 않더라도 AudioSex의 'We today EP'는 그러한 자리매김의 한 자리를 확실히 차지할 수 있는 앨범이라고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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