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베이스라인의 대명사격인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라고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통상적으로, 미니모그를 많이 떠올릴 테고, 그리고 프로-원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코르그의 빈티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중의 하나인 코르그 모노 신디사이저들이 회자될 것이다.
거의 출시된 지 5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해외 유명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기어리스트에 코르그 모노신디사이저들은 꼭 하나 씩 들어간다. Röyksopp이나 B-Machine이 애용하는 SB-100 그리고 Korg770이나 오늘 소개할 미니코르그 700S. 이들은 원초적인 구성으로 딱 필요한 만큼 FAT한 베이스라인을 만들어준다.
이번에 Korg의 레거시 컬렉션이 3로 버전업되면서 그 라인-업에 새로운 제품 3개가 추가되었다.
* miniKORG 700S
* Prophecy
* Triton EXTREME
이렇게 세 종류이다. 미니코르그(정식 이름은 miniKORG 700S 이지만 이하 미니코르그로 칭한다)를 제외하고는 코르그의 디지털신스 라인업이고, 미니코르그는 어찌보면 코르그 신스의 대표적인 신스중 하나이기때문에 언제인가는 나왔어야 할 제품이다. 사실 이미 Korg에서는 이른바 2000년대 버전의 미니코르그 700S를 새롭게 재출시하기도 했다. 오리지널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과 함께 miniKORG 700FS라는 이름으로 출시가 된 바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는 VSTI 버전으로 나온 것은 필자같은 빈티지 신스 매니아에게는 정말 기쁜 소식이었다.
롤랜드의 SH-1000/-2000과 유사한 플랫폼의 이 신디사이저는 모노포닉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이다. SH-1000 시리즈와 유사한 패션에 그 특유의 원초적이고도 독특한 소리는 출시된지 거의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열심히 애착을 가지고 사용하는 뮤지션이 있기도 하다. 해외 신디사이저관련 웹사이트에서 미니코르그 유저를 찾아보면 The Cure를 위시하여 여러 뮤지션들이 나오지만, 그중 대표적인 뮤지션이 영국출신의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Rex the Dog이다. 그는 자신과 관련된 아이콘격인 카툰에도 미니코르그를 즐겨사용할 정도이며 실제로 그의 대표작들에는 미니코르그가 전면에 나서서 사용되었다. 마치 빈스 클락이 Yazoo의 데뷔앨범에서 시퀀셜서킷의 프로 원을 전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말이다. 아래의 일러스트레이션은 Rex The Dog의 미니코르그 700S이다.
코르그의 VSTI 라인업에 새로 가세한 미니코르그는 VSTI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오리지널에 여러 향상된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즉 오리지널에 더해, 모듈레이션이나 여러 이펙터류를 온보드로 사용하게 만들어져서 신서시스나 사운드메이킹에 있어 큰 장점이 되고 있다.
당시의 패션처럼 모노신스임에도 로우패스 필터와 하이패스 필터를 함께 갖추고 있으며 오실레이터도 2개인 듀얼 오실레이터이다. 참고로 이 듀얼이라는 말이 의미 하듯이 이 후에 나오는 유수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들처럼 각각 독립된 2개의 오실레이터를 갖는 방식과는 좀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오실레이터에 종속되어 사용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VCO2에서 듀엣모드와 디튠을 한다거나 링모듈레이터를 걸거나 노이즈를 선택해 보다 다채로운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 미니코르그의 필터는 2-Pole, 즉 12db/oct 필터이다. 훨씬 이후에 나온 Korg 신디사이저인 Volca 시리즈의 필터가 이 미니코르그 700S의 필터에 기반을 둔 것이다.
요즘의 신디사이저, VA 신디사이저나 대다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 미니코르그의 인터페이스가 대단히 낯설고 헷갈릴 수도 있다.
즉 OSC/VCF/ VCA 그리고 각각의 엔벨로프(ADSR), LFO 이런 방식의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용어/명칭과 다른 명칭, 그리고 어찌보면 이것저것 두서없이 집어넣은 듯한 내장 이펙트(링모듈레이터, 포르타멘토, 오토벤더, 비브라토, 서스테인, 코러스)들에 말이다. 그렇지만 뭐 명칭이 다를 뿐 기본만 알고 있다면 이내 익숙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펙터들을 활용하여 정말 기괴하고 희한한 소리도 만들어낼 수가 있다. 특히 공포영화에 잘 나올법한 몸을 휘감는 듯한 리드소리는 정말 전매특허인듯하다. PolyMoog에서 Vox Humania 프리셋 사운드가 대표적인 것 처럼 말이다.
VSTI 버전의 미니코르그는 그 인터페이스를 보면, 해당 신디사이저에 외부 이펙터를 죽 연결해놓은 화면이 마치 Arturia의 아날로그 신디 VSTI를 보는 듯 하다.
기본 구성과 내장 이펙트말고도 별도의 외장이펙터 6종류를 연결해놓은 3D 인터페이스가 기본화면이며 레거시 컬렉션이 처음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에디팅하기 편한 큼지막한 화면의 2D 모드 화면도 제공한다. 2D 화면에서는 기존의 에디팅화면외에도 VSTI로서의 이점인 다양한 모듈레이션 매트릭스 기능인 V.PATCH 화면, 그리고 3D 화면에서도 가능하지만, 보다 큰 화면에서 외장 이펙터들을 설정/제어할 수 있는 화면도 제공한다.
사운드는 여지껏 그랫듯이 VSTI 버전의 코르그 신디사이저들의 사운드 딱 그 정도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아날로그 소자와 회로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디지털환경의 PC에서 100%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 정도만 해도 아주 만족스럽다. 필자는 미니코르그 VSTI를 설치하자마자, 온보드 아르페지에이터를 활용한 베이스라인과 디폴트 프리셋의 리드로써 간단하게 미니멀한 일렉트로닉 팝 곡을 하나 만들어보았는데, 그 단단한 베이스의 질감과 연하게 휘감기는 리드소리는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그간 겉모양만 흉내낸 미니코르그 700S VSTI는 한 두어 종류 나왔는데 흉내만 낸 수준이고 실제의 미니코르그의 사운드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본가'에서 발표한 이 제품은 전반적인 퀄리티도 훌륭하고, 그 사운드도 만족스럽다. 그러고보면, 이제야 좀 VSTI 다운 모습으로 제품을 내고 있는 Roland와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시작도 훨씬 앞서있지만, 제품개발과 관련한 철학이나 최종결과물인 제품에 있어서도 훨씬 더 앞서나가 있다는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Roland는 근래에는 Zencore 시리즈에 집중하는 느낌이고 Korg처럼 과거 자신들의 명기를 충실히 VSTI로 재현하는데 있어서는 철학이 좀 다르다는 느낌이다. 어쨌든 Roland의 전설적인 명기들의 VSTI 버전도 필자에게는 크나큰 선물이고, 지금도 좋아하는 VSTI들이기도 하다.
과거에 즐겨듣던 음악에서 나오던 명기들. 정말 가지고 싶어했던 악기들을 이렇게 가상악기 버전으로라도 가지게되고, 또 편리하게 PC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니 정말 기쁜일이 아닌 가 싶다. 물론 그 만큼 세월도 흐르고 오래 기다려왔지만 말이다.
제품 구매는 단품의 경우 현재 행사기간이라 USD99.99의 가격으로 세일판매중이고, 기존 레거시 컬렉션 구매자의 업그레이드 및 풀버전으로도 판매하니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구입하면 될 것이다.
아래는 필자가 본 글에서 언급했던 내용과 관련된 포스팅들인데, 이미 오래 전에 미니코르그에 대해서는 다룬 적이 있길래 자세히 더 파고들지는 않았다. 아래의 링크에서 관련글들을 읽어보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Korg miniKORG 700 사운드 데모 및 소개.
https://celluloide.tistory.com/entry/KORG-700-MINIKORG-HQ-SOUND-DEMO
Korg miniKORG 700S를 애용하는 뮤지션 Rex The Dog.
https://celluloide.tistory.com/entry/Rex-The-Dog
Korg사의 레거시 컬렉션 웹사이트
https://korg.shop/software/korg-collection-seri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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