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icure, 알록달록한 원색의 옷을 입고 촬영한 이들의 프로모션 사진이나 Girl 비디오를 처음 보았을 때는 마치 90년대초 영국에서 외모와 패션을 내세운 밴드들의 등장을 연상하기도 하다. 그 이름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난 후의 생각은, 큰 오해를 할 뻔 했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멋진 음악을 지나쳐버릴 뻔 했다니!
리드보컬이나 여성 멤버가 섞인 구성으로 인해 얼핏 일견에 미국의 소닉 유스가 연상될 수도 있다. 특히 보컬의 이미지는 서스톤 무어를 많이 연상시키니 말이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을 듣고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마치 80년대 영국 포스트 펑크의 향이 상당히 짙다. 코러스가 낭랑하게 걸린 기타나 베이스의 톤, 그리고 Linn 드럼머신이나 Simmons 드럼의 사용. 그리고 신디사이저의 적절한 사용은 마치 Whipping boys나 Kitchens of distinction 그리고 그 전설적인 Wire 까지도 연상케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들은 러시아 밴드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출신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밴드들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음악에서는 러시아 밴드라는 색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마치 영국이나 유럽의 인디 팝 밴드스타일이 충만하다. 솔직히 러시아 팝을 대단히 즐겨듣는 필자도 이들이 러시아 밴드려니 하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무튼 근래 등장한 러시아 밴드치고 영어로 노래하며 영국, 유럽의 스타일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음악을 구사하는 밴드인 것이다.
Manicure는 Ania Butuzova (drums, synthesizers)와 Polina Butuzova (guitars, bass, vocals)의 2명의 여성멤버들과 Zhenia Novikov (vocals, guitars, synthesizers)와 Zhora Kushnarenko (bass)의 남성 2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연주 파트는 곡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2008년에 데뷔 EP 'Another girl'을 발표한 이래 올해 셀프 타이틀, 'Manicure' 앨범을 발표했고, 인디 팝쪽 팬들의 관심을 많이 모으고 있다. 필자는 이들의 앨범을 들으며 느껴지는 것이, 이들은 80년대 영국쪽 음악을 대단히 착실하고 꾸준히 들어왔음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대단히 맛깔 스럽게 필요한 부분을 차용해와 잘 살려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들의 나이로 볼 때 그러한 것이 쉽지 않은 것임에도 말이다. 양상은 좀 다르지만 마치 The Coral이나 Marsheaux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들중 일부 멤버는 빈티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매니아이기도 해서 그런지 Manicure의 음악에서는 신디사이저가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아주 적절하게 잘 사용되고 있어 기타 밴드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다양하고 유려한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Manicure - I wanna be free
https://www.youtube.com/watch?v=WupB6bL3yfY
라이브 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d6ui-HvZK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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